학생들의 평가를 정리하고 방학계획을 하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내년 10학년과 11학년 아이들이 공부할 귀한 장소에 들어갈 물품과 준비된 물품을 정리하는 것도 정신없는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학부모님들께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정말 단순한 이유에서 입니다.

 10학년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교실을 정리하며, 아이들이 정성껏 작성한 답안지를 보면서, 웃으실지도 모르겠지만 눈물이 고이더군요. 그냥 아이들에게 고마웠습니다. 새 교실을 기쁘게 정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마웠고, 부족한 교사가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온 정성을 다해 답안지를 작성한 아이들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쓰는 지금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보니 제가 스스로 가질 수 없는 마음이 확실합니다. 은혜로우신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생각과 마음임을 고백합니다.

 요즘은 말씀묵상 본문으로 요한계시록을 보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저는 아이들이 자신의 경건에 대해 진지함을 갖길 간절히 바랍니다. 작금의 시대와 같이 가벼움이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무거운 신앙을 갖기란 참 힘듭니다. 그래서 말씀묵상 시간에는 비교적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추수될 곡식일까?”
 “무엇을 봐서 우리가 추수될 곡식일까?”
 “너는 구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요한계시록은 우리에게 두려움이 될까, 위로가 될까?”
 “두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일까? 왜 위로가 될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우리가 내일의 삶을 보장할 수 있을까?”

 너무 무거운 질문들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제가 질문을 잘 던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하나님으로부터 공부할 이유를 찾길 원합니다. 절대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에게 우리의 삶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예수 그리스도에게 우리 삶의 구체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고집스럽게 아이들에게 질문합니다. 때론 미안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고민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볼 때면 참 사랑스럽습니다. 한 학생은 장난스럽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선생님은, 솔직히 너무 진지하세요. 근데 그런 진지함은 처음 느껴봐요. 흐흐흐흐, 진지, 진지~~~”

 아이들이 진지함을 경험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처음’ 경험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진지함은 아이들에게 고민을 던져 줍니다. 성경을 토대로 한 고민은 아이들의 경건을 자라게 하며 이로 인해 자신의 삶의 이유, 공부의 궁극적 목적, 원하는 진로의 목적을 알게 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단순히 공부하라고 다그칠 때가 있는 부족한 교사입니다. 간혹 풀어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감정이 커지는, 그런 부족한 교사입니다.

학생들과 교사를 위해 기도해 주십사 이냥저냥 말해 봤습니다. 지혜롭게 가르치고 훈육할 수 있는 교사가 되도록, 진지하게, 고민하며, 기쁘게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이 되도록 기도부탁 드립니다.

- 부족한 교사 호랑이 김병재 드림(010-5566-8115/jupiter8115@gmail.com)-